사단법인 한국가족단체협의회는 2026년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부개정된 「인구전략기본법」과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가협은 정부 인구전략에 가족 정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합계출산율 목표가 삭제됐다고 지적하며, 국무회의 심의·의결 전에 기본계획을 수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 영상과 관련 보도, 성명서 전문을 아래에 싣습니다.
기자회견 영상
관련 보도
- 시사포커스TV | 가정은 지우고 이주민 지원만 강화?… 정부 인구정책 작심 비판한 가족단체 (영상)
- 아시아투데이 | 한국가족단체협의회 “정부 인구전략서 가족 빠져…기본계획 수정해야”
- 복지TV부울경방송 | “출산율 목표 삭제는 국가 책임 포기”…인구전략 수정촉구 기자회견
- 문화일보 | 한국가족단체협의회,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 전면 수정 촉구···출산율 목표 명시·가족 전담 조직 등 6대 요구 제시
- 월간조선 | 한가협,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 전면 수정 촉구
- 뉴시스 현장 사진: 김희정 의원과 함께한 기자회견 · 기자회견 현장 1 · 기자회견 현장 2
성명서 전문
인구의 판을 바꾼다면서, 가족을 지웠다
― 전부개정된 「인구전략기본법」과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에 대한 한국가족단체협의회의 입장 ―
정부는 지난 10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인구의 판을 바꾸다!“라는 공식 슬로건을 내걸고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 및 인구전략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2026년 9월 10일 「인구전략위원회」로 공식 확대·개편함에 따른 선포식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진행된 본회의는 종전의 인구전략 기조가 대대적으로 바뀌었음을 공언하였다. 개편된 정부 인구 정책의 주목할 부분은 합계출산율 목표 수치 제시를 지양하고, 인구 감소 적응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포기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한국가족단체협의회는 이러한 정부 기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의 주요 기조에는 ’가족 공동체 보호’라는 가족 정책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 감소, 결혼과 가족 가치관 붕괴는 미래 세대의 포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국가에 의존하는 존재로 만들 것이 아니라, 가족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삶을 꾸려 나가도록 정책과 제도라는 기반을 세워주어야 한다.
지난 18년간 대한민국은 저출생·고령화 대응에 약 380조 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의 반등은 없었으나 2024년부터 2025년 연속 유의미한 반등과 혼인율 회복 추세에 있는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출산·가정에 중점을 둔 정책 강화로 국가적 위기를 돌파해야 할 때이다.
인구전략위원회는 당장 출산율이 반등하더라도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는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주민 정책,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가족 정책 등을 포괄하는 전략으로 사회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기존의 인구 정책 실패를 넘어서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남녀가 결혼식과 혼인 신고를 하고 사는 것을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는데, 그 외의 가족은 비정상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정상·비정상 가족’ 발언은 전통적인 법적 혼인 가구만을 ’정상’으로 규정해 온 기존 관념과 용어를 바꾸고, 비혼 출산이나 동거 등 다양한 새로운 가족 형태를 사회적·제도적으로 포용하기 위해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를 정상 가족, 비정상 가족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눈다는 것은 애초부터 전제가 잘못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948년 12월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제16조 제3항 또한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가족은 국가가 만든 제도가 아니라 국가에 앞서는 자연적 단위이므로, 행정계획이 그 정의를 먼저 바꿀 수는 없다. 대한민국 인구 정책의 실패는 가족의 가치를 잃어버린 정책의 비극에서 비롯되었다.
본 단체는 정부의 이번 전환을 세 가지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문제 제기한다.
하나, 결혼과 출산을 법의 목적에서 뒤로 물렸다.
전부개정된 「인구전략기본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지역별 인구의 불균형 분포, 가구 형태의 다양화, 인구의 국가 간 이동 등 인구구조 변화 대응’으로 변경하였다. 종전의 법이 한계는 있었을지언정 ’저출산’을 극복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명시했던 것과 달리, 새 법은 결혼과 출산을 여러 인구 현상 중 하나로 평면화시켰다. 이는 생명 공동체가 스스로의 결혼·출산·양육·돌봄을 하지 못하는 병리 현상을 정면으로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거두고, 인구를 국가 경제 운영을 위한 ’인적 자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시각을 드러낸다. 생명은 하늘로부터 받은 가장 숭고한 가치이며, 출산과 양육은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도덕적 기둥이다. 결혼과 출산은 여러 정책 중 하나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이 걸린 토대이다.
둘, 이주민에는 전담 위원회를 두고, 가족에는 두지 않았다.
이번 개편의 우선순위는 조직도에 그대로 나타난다. 정부는 인구전략위원회 산하에 사회전략·경제전략·조정평가·이주민 4개의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였고, 당연직 부처를 9개에서 15개로 늘리면서 법무부·외교부 등 비자와 이주 소관 부처를 보강하였다. 인구정책 심층평가는 2028년 이주민 분야를 예정하고 있다. 반면 가족을 전담하는 전문위원회는 없다.
본 단체는 이주민 정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순서를 묻는다. 가족을 통한 결혼·출산·양육·돌봄에는 목표도 전담 조직도 두지 않으면서, 외부 유입을 통한 보충에만 전담 위원회와 평가 주기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인구전략인가. 이주민 정책은 생산연령인구의 부족을 당장 메울 수 있을지라도, 한 사회가 스스로 다음 세대를 낳고 길러내는 능력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가족 형태에 대해서도 구분이 필요하다. 태어난 모든 아동은 부모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한다. 본 협의회는 이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아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일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정의 자체를 다시 쓰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전자는 아동의 권리 문제이고, 후자는 사회의 기초 단위를 재설계하는 문제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바꾸려면 국회의 법률 개정과 국민적 합의라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5개년 행정계획이 앞질러 선취할 일이 아니다.
셋, 합계출산율 목표를 지운 것은 책임을 지운 것이다.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시하였던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 목표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 그 자리는 ’삶의 만족도’와 ’경제활동참가율’이 대신하였다.
출산율 수치만 쫓는 단기 포퓰리즘은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를 아예 지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목표가 없는 전략은 검증할 수 없고, 검증할 수 없는 전략은 책임을 묻지도 못한다. 더욱이 새로 들어선 두 지표는 모두 개인을 단위로 측정된다. 경제활동참가율은 가정 밖에서 일하는 시간의 총량을 재는 지표이다. 양육과 돌봄에 쓰이는 시간은 이 지표에서 오히려 감점 요인으로 잡힌다. 가족의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삼아야 할 인구정책이, 가족의 시간을 줄이는 방향을 성과로 정의한 셈이다.
사)한국가족단체협의회가 제안하는 인구 정책 패러다임의 핵심은 하나다. 정책의 중심을 ’개인 단위’에서 ’가족 단위’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자,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며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가장 강력하고 영속적인 사회 안전망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족주의(Familism)’는 과거의 가부장적 제도로의 회귀가 결코 아니다. 가족이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튼튼한 기반을 닦아주는 조력자로 자리하자는 요청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초저출산 문제로 인해 국가의 위기를 넘어 문명적 붕괴로 향하고 있다. 본 단체의 슬로건은 “가정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이다. 가족 안에서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포용적 가족 정책을 지향한다. 정부는 가족을 대한민국 생활의 중심으로 회복하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며 가족의 안녕 추구가 진정한 우선순위임을 강조해야 한다.
개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공동체는 가족이다. 가족이 해체된 채 건강하고 자유롭게 번영하는 사회나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가족의 권위, 형성,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한민국 가족을 회복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따라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은 차관·국무회의의 심의·의결로 확정되기 전에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지금은 인구문제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임을 직시해야 한다. 본 단체는 가족의 복원, 가족의 가치와 유대 강화, 가족 친화적 문화의 확산으로 출산율을 높여 국가적 인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우리의 요구
- 하나, 정부는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에 혼인율과 합계출산율 회복 목표를 다시 명시하라. 이는 국민을 압박하는 성과지표로 쓰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숫자로 밝히라는 요구다.
- 하나, 인구전략위원회에 ’가족전문위원회’를 설치하라. 사회전략·경제전략·조정평가·이주민 4개 전문위원회 가운데 가족을 전담하는 기구가 없다는 것은 이번 개편이 무엇을 빼놓고 출발하였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 하나, 2027년 1월부터 가동되는 예산 사전협의 기준에 ’가족영향평가’를 의무화하라. 모든 인구 관련 예산은 세 가지를 먼저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족 구성원의 소속감과 안정성을 강화하는가, 부모의 양육과 돌봄 시간을 빼앗지 않는가, 1인 가구의 고립을 방치하지 않고 공동체 형성을 돕는가이다. 인구의 양을 예측하는 ’인구영향예고제’만으로는 가족의 해체를 막을 수 없다.
- 하나, 개인별 현금 수당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우대라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가족을 하나의 조세 단위로 인정하라. 가구 총소득을 가족 구성원 수로 나누어 과세하는 ’가족계수제(N분N승제)’의 도입, 다자녀 성장형 장기전세 공급, 3세대 동거 가구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을 요구한다. 지난 18년간 380조 원을 쏟고도 실패한 이유는 그 절반 이상이 청년이 훗날 원금과 이자로 갚아야 할 빚이었기 때문이다.
- 하나, 돌봄의 첫 자리를 가족에게 돌려주고 그 비용과 시간을 국가가 보상하라. 조부모 돌봄수당의 보편화, 가족 내 돌봄 경험의 사회적 경력 환산제, 육아휴직 의무화가 그 출발점이다. 돌봄을 AI 로봇과 국가 관료조직에 전면 외주화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 포기다.
- 하나,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정의를 바꾸는 사안은 행정계획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과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라. 태어난 모든 아동을 차별 없이 보호하는 일에는 지금 당장 동의한다. 그러나 가족 제도의 근간을 다시 쓰는 일은 정부가 5개년 계획에 실어 선취할 일이 아니다.
2026년 10월 23일
사단법인 한국가족단체협의회
